"어디가 불편하신가요?" 그가 내게 물었다.
"마음이 너무 아픈데,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없나요?" 내 대답이 어이없을 줄 알지만 난 사실 너무 아파 미치겠다.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더니 방끗 웃었다. "아주 잘 오셨습니다." "저는 마음 질환 전문의 입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지식인은 항상 좋은 결과물을 던져준다.
"이쪽으로 와서 천장 보고 누우시구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는 인터폰으로 "간호사 치료상자 좀 가져와요."
"똑, 똑." 가냘퍼 보이는 몸매에 간호사가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밀고 들어온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힐끗 보더니 알 수 없는 미소를 살짝 짓고 나간다.
철그렁
헉.. 전기톱.. 망치 뻰지 대못 쇠사슬이 가방에서 쏟아져 나온다.
"아~ 놀라지 마세요."
헉 이거 미친거 아닌가! 이건 병원이 아니라 도축장인거 같다.
내가 마음이 아프다니까 놀래주려나 보다
"선생님 이거 텍사스 살인마도 아니고 무슨짓인가요, 이거 개그죠?
"가슴이 아픈거는 눈으로 볼수가 없어서 꼭 이런 전기톱으로 가른후에 열어봐야 하거든요."
"아 또 깜박했네, 마취부터 할꺼니까 걱정마세요, 하나도 않아파요."
톱을 들고 날을 세워보는 그의 안경 너머로 안광이 번뜩인다.
"꺄~~악!"
눈빛이 장난 아닌 진지함으로 가득찼다. 이건 현실이다.
나는 바로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서 출입문 쪽에 기대어 섰다.
"선생님 뭐하는 겁니까?"
"텍사스 살인마도 아니고 저는 치료를 받으러 온겁니다, 정상적인 치료를요."
마음 같아서는 당장 문열고 도망가고 싶지만, 왠지 이남자에게 끌리는건 왜 일까?
지식인 때문인가 의사같지 않은 샤프한 외모에 이지적인 목소리 때문인가?
"어려운데요. 이 도구들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빠르고 안전한데요."
의사는 어렵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고 있다.
그때 여행가방 사이로 파란 작은 상자가 눈에 들어온다.
"선생님 저건 뭔가요."
담담한 표정으로 그가 말한다.
"이건 지난주에 개발된 아픔을 잊게 해주는 신약입니다."
"작년에 개발된 부작용을 개선한 신약이지요." "작년에도 아픔을 잊게 해주는 신약이 나와서
많은 사람들이 찾았었는데, 모든 기억을 깡그리 지워버리는 부작용 때문에 출시된지 일주일 만에 전량 패기 되었거든요."
"그럼 제가 그거 먹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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