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단체로 영화관람을 하기로 했다. 영화명은 베를린 나는 어떤 정보도 공유하지 않고 그냥 극장으로 갔다.
난 사실 류승완감독을 아주 좋아한다. 그의 영화에는 어린시절 즐겨보던 액션영화들에 향수가 들어있다. 특히 아라한 장품대작전과 짝패에서는 90년대 중반까지 홍콩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느와르 액션물에 대한 아릇한 뭐 .. 그런 거시기한 느낌들이 좋았다.
이번 베를린에서는 이전에 류승완 감독의 영화와는 스타일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많이 놀랬다. 오히려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가 연상되었다. 아무래도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미드와 영드 첩모물 스타일에 익숙하기 때문 일 것이다.
조금 오래된 E-ring, 24시 부터 스트라이크백, 홈랜드 등 미드와 영드는 첩보물의 홍수다. 주로 미국과 영국이 주인공이다보니 요즘에는 국제적 테러범과 전쟁을 주로 하고 그러다보니까 회교권 국가들만 맨날 나쁜 놈으로 나온다.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아직까지 몇 남지 않은 분단국가이고, 더 특이한 거는 종교적이유가 아닌 이데올로기적 문제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물론 에데올로기적 문제의 내면에는 미국이나 소련등의 국제적 깡패들에 의한 시대적 참견으로 인한 부분도 많다고 생각된다. 여하튼 첩보물의 영화나 드라마가 넘쳐날 소재들로 가득하다.
류승완 감독이 시나리오부터 작업을 한 것 같은데, 시대적 국가적 이슈를 잘 녹인 것은 물론 최신 영화나 드라마의
트렌드까지 함께 소화한 것 같아서 나 개인적으로 류승완 감독의 현재까지 최고작으로 남을 것 같다.
영화속의 주요 이야기는 일반적인 첩보물의 형식을 그대로 따른다. 배신과 사랑 그리고 액션이다.
북한 정보부의 최고 인민전사를 희생량으로 베를린 공관의 비밀계좌를 차지하겠다는 나쁜 무리의 이야기이다.
거기에 한국에서 감시하는 늙은개 한석규, 기타등등 미국의CIA, 이스라엘의 모사드 등 복합적인 조직간의 갈등과
인물간의 갈등이 영화의 주요 이야기 이다.
하정우와 한석규의 연기도 칭찬 받아야 할 일이지만, 베를린이라는 영화의 주연은 류승완 감독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의 이전에 작품들에 비해 극의 스토리 짜임새도 굉장히 치밀해 졌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이끌고 가는 연출의 힘이 너무 좋았다. 첩보물의 특성상 빠른 스토리전개와 파격적인 액션으로 관객에게 아무생각을 못하게 하는 연출이 첫번째로 좋았다.
연출의 방법에서는 류승완 감독임을 잘 모르겠는데, 액션씬들은 그의 특유한 노스텔지어가 숨어있다.
주요 액션씬들이 나름 특징적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이 아주 많다.
하정우가 아랍애들하고 무기밀매하는 현장에서 도망가는 장면, 북한 정보부원들의 추격속에서 전지현과 도망가는
장면, 류승범이 기차안에서 소매치기를 살인하는 복선, 그리고 인질로 잡혀있는 전지현을 구하기 위한 오두막 습격씬,
류승범과 1:1로 갈대밭에서의 격투씬 등이 기억에 남는 액션씬들인데, 모두 나름대로의 노스텔지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액션씬등에서 옛날영화와 요즘 미드, 영드의 느낌을 교차해서 느낄 수 있었다.
하정우와 한석규의 연기는 그 다음에 칭찬해야 할 일이다.
한석규, 최민수, 설경구, 송강호 등의 남자배우를 계보를 이어가는 차세대 스타가 아니라 현재 최고남자 스타 배우는
하정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옛날에 로버트드니로와 비슷한 수컷냄새가 좀 찐하다고 할까? 이전의 남자 배우들과는 조금 더 거친 마초 느낌이 더 좋다. 조각같이 잘생긴 외모 보다는 수컷냄새가 더 좋다.
한석규는 극중 자신을 늙은 개로 비유하는데, 늙은 개는 늙은 개의 매력이 있는 거다.
깊이 있는 감정표현이 아주 좋다. 한석규는 내가 사람이 좋아보이냐? 라고 물어보지만 결국 사람이 좋았다.
전지현의 비중은 사실 별로 없지만, 이전에 그녀가 보여줬던 캐릭터 보다는 조금 더 깊은 감정연기가 내게는 조금 새롭게 다가왔다. 아직도 전지현을 내가 느끼는 탑클래스 여배우라고 못 느끼는 이유는 진정성의 부족이었는데, 여기서 좀 만회를 했다. 차라리 전지현이 아니라 신인 여배우중에서 캐스팅이 되었었다만 어땟을까 하는 느낌은 조금 있다.
이야기의 전반적인 아쉬움이 있다면 전지현의 분량을 좀 더 늘렸다던지, 아니면 하정우의 감정선을 좀 더 늘렸었다면
가슴에 좀 더 오래 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은 좀 해본다. 액션의 비중이 너무 크다보니 배우들의 연기가 많이
묻혔다는 생각은 조금 한다. 한 10% 정도?
반면에 류승범과 이경영은 곽도원과 함께 베스트 캐스팅이었다고 생각이 된다.
류승범과 곽도원은 쌍판의 이미지는 많이 다르지만 캐릭터의 이미지는 많이 비슷하다. 자신의 이익이 국가나 조직의 이익보다 항상 우선시되는 전형적인 양아치 이미지는 아주 좋다. 사실 일반적으로 볼때 자신의 이익을 먼저 따지는 양아치는 수두룩 빡빡하다 그런데 이렇게 찰지게 재수없는 연기는 쉽지 않다. 류승범은 개인적으로 길거리에서 실물로 본적이 있는데, 아... 그냥 봐도 그냥 진짜 한대 때려주고 싶더라...ㅋㅋ 아마도 생활 연기의 달인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그리고 요즘에 이경영의 활발한 활동을 아주 즐겁게 지켜보고 있다. 본격적으로 작년 부터인것 같은데, 괜찮은 영화들에서 다 괜찮은 조연으로 나오는 것 같다. 이제는 젊은 주연은 캐릭터상 어렵겠지만, 내공있는 조연으로의 모습은 앞으로도 기대가 크다.
베를린이라는 영화의 주제는 '사람은 배신을 한다' 이지만 이 영화의 흥행은 배신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무엇보다 내가 영화리뷰도 쓰고 미드도 보고 책도 월에 서너권씩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마음에 여유가
어느때 보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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