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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인생 영화

파이란

by 조선마초 2012. 5. 10.

송해성 감독의 2001년 작이다.

'철도원'의 작가 '아사다지로'의 또 다른 단편소설 '러브레터'를 각색하여 만든작품이다.

사람은 누구나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며 살아간다.

그런 희망이 있기에 지옥같은 현실도 견뎌 나가는 것이다.

요 며칠간 파이란을 시나리오도 읽고 다시한번 느껴본 계기가 되어 몇자 적어 보려한다.

오늘 나에게 묻는다. 일류로 사는 것은 무엇이고 삼류로 사는 것은 무엇인가?

돈, 여자, 넓은집, 외제차로 대변되는 부의 상징들은 누구의 잣대로 만들어지는 것인가?

줄거리

3류 양아치 강재는 포르노를 청소년에게 대여 했다가 10일 구류로 풀려났다.

나오자 마자 동네오락실을 전전긍긍하며 시간을 보낸다.

열흘 사이에 주변 세력인 덕희파는 용식의 신경을 사정없이 긁어놓고 용식은 친구이자 건달 동기인 강재에게 가게 삐끼를 맡긴다.

그날밤 용식은 실수로 덕희파 조직원을 때려죽이게 된다.

다음날 용식은 강재에게 대신 빵에 들어가길 요구하고 평생소원이던 배 한척 살돈을 만들어주길 약속한다. 그리고 강재는 파이란의 부음을 전해듣는다. 사후처리를 하기위해 강릉으로 떠나지만 파이란의 사후처리가 아니라. 강재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는 여행이 된다.

인물분석

강재

동네 3류 달건이도 아닌 양아치다.

후배 양아치들한테 구박받기 일수이며, 심지어 포르노를 애들한테 대여하다 구류를 살다나온다. 고향에 배한척 사가질 돈을 만든다며 시작한 건달생활이지만, 말만 앞서고 마음까지 약해 천상 호구다. 강재의 대사처럼 국가대표 호구다.

위장 결혼한 파이란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을 못하고 산다. 그녀의 사망소식을 들은 후에야 하나 둘 그녀에 대한 관심을 만들어간다.


파이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한국에 있는 이모를 찾으러 왔다. 하지만 이모는 캐나다로 이민을 간 상태이고 동서남북 어디에도 갈 곳 없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결국 국내에서 취업해 돈을 벌 결심을 하고 위장결혼까지 하게 된다.

단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남편 강재에 대한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결국 파이란은 어느곳에도 자리잡지 못한 이방인으로 죽어가지만, 강재의 마음속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깊게 뿌리내린다.


경수

강재가 3류 양아치면 경수는 2류 양아치 정도 된다. 결코 건달은 아니다.

허름한 비디오카메라로 예술을 한번 할 것을 꿈꾸지만, 현실은 강재와 동고동락하는

자신이 가진 카메라보다도 더 허름한 인생이다.

사건 전개에 있어서 윤활유 역할을 아주 감칠 맛나게 한다.


용식

강재와 같이 건달생활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용식이가 대장이고 강재는 쫄따구다.

천성이 악랄하고 지랄같아서 오리지날 3류 건달두목이다. 쉽게 흥분하고 눈앞의 이익과 자신의 안위밖에는 생각을 못하는 인물이다.


작가 아다사 지로는 자기가 체험한 다양한 경험들 (20대에는 야큐자 생활을 한 전력까지 있다)

사회적 문제와 더불어 잔잔하게 풀어가나는 중단편 소설 전문 작가라 할 수 있다.

('러브레터'란 작품에서도 일본내에 사회적문제인 동남아시아인 불법체류자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소재를 부각시킨 작품으로 바라봐야 할 것 같다. )

잔잔히 감성을 자극하는 스타일이 일품이다.

하지만 좀 넓은 시각에서 볼때에는 동양 전통의 가부장적 가치관과 남성적 가치관과 시선으로

일관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비교하자면 어린시절 '황순원'의 '소나기'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좀 오버일까?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이처럼 지고지순한 순수한 여성상을 바라는 것은 어쩌면 여성에 대한

남성의 일방적인 시선이 만들어낸 가공된 환타지일 뿐이다.

 

위장결혼에 사진한장만 가지고 있는 파이란이 강재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되고 그 사랑으로 인해

현실을 이겨내는 힘을 얻게 된다는 것 자체가 현대 사회의 여성상 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

 

그리고 극 중파이란은 지극히 단순한 청순함과 순수한 이미지만 부각시키므로 판타지 속의 여성상만 형상화 시킨다. 덕분에 파이란의 인물의 성격적 특징은 찾아볼 수가 없다.

연기도 극기 단순해지고 극도 단조로워 진다. 그래서 영화는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않다.

 

그렇기 때문에 강재의 오버 호구연기에 영화는 집중되어간다. 그나마 경수의 양아치 연기가 강재와 파이란의 역할 사이에서 연결 고리 역할을 해주며 극 자체의 포인트를 만들어주고 있다.

경수의 역할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정말 지루한 영화가 될 수 있었다.

 

결국 강재는 파이란의 죽음과 함께 자신도 결말에서 죽음으로서 마침표를 찍는다.

평이한 사건과 인물 구조이기에 선택한 의도적 죽음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만약 파이란이 현대적 여성의 적극적이고 자아실현적인 노력의 모습을 더 직접적으로 보여줬다면

극 자체는 더 다양한 사건과 재료가 등장 했을 것이다. 아마도 결말에 강재를 죽이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갈수도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파이란은 죽었지만 강재는 새로운 삶을 가슴에 않고 현실을 극복해나가는 인물로 결말을 맺을 수 도 있었을 것이다.

 

하긴 여기서 파이란이 현실극복을하고 강재를 끌어나갈 수 있었다면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성공할 수 없었을 것 같긴하다.

 

송해성 감독은 영화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보고 싶다고 했다.

어느정도 설득력 있어보인다. 특히 파이란이 죽고 강재와 경수가 강릉 해변 포장마차에서

취객들과 싸우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멋진 장면이다. (보는 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진흙탕 같은 현실에서 발버둥치는 강제와 파이란은 어쩌면 우리시대를 대변하는 자화상이다.

 

 

너무나 잠깐이었지만 강재씨의 친절. . . 고맙습니다.

강재씨에 관하여 잘 알고 있습니다.

나이라든가 성격이라든가, 습관이라든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든가, , 소개소에서 적어준 거 모두 기억합니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보고있는 사이에 당신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 좋아하게 되자, 힘들게 됐습니다.

 

혼자라는 것이, 너무나 힘들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열심히 일해서 빚을 갚으면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요?

당신과 함께 살수 있습니까? .....

그렇게 생각을 하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소용이 없습니다.

당신은 늘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 여기 사람들 모두 친절하지만 당신이 가장 친절합니다.

 

왜냐하면 나와 결혼해 주셨으니까요.

당신이 태어난 곳 바닷가 근처죠.

여기에 왔을 때, 가까울 거라고 생각을 하고 지도로 찾았습니다.

아주 멀어서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멀기 때문에 일을 하러온 나와 같네요.

내가 죽으면 만나러 와주시겠습니까?

만약 만난다면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저를 당신의 무덤에 같이 묻어 주시겠습니까?

당신의 아내로 죽는다는 것, , 괜찮으시겠습니까?

..... 응석 부려서 죄송합니다. 제 부탁은 이것뿐입니다.

바다소리가 들립니다. 비가 내립니다.

 

..... 매우 어둡습니다.

죽는 것이 무섭고, 아프고, 괴롭지만 참고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강재씨 매우 좋아합니다. 세상 제일 누구보다도 당신을 좋아합니다.

아픔과 괴로움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당신을 생각하며 울고 있습니다.

매일 밤 잠잘 때 꼭 그렇듯이 당신의 사진을 보면서 웁니다.

늘 그렇게 했지만 다정한 당신의 사진을 보면서 웁니다.

슬픔이 힘든 것이 아니라 고마워서 눈물이 납니다.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것 아무 것도 없어서 죄송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뿐.....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는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 .....

강재씨... 강재씨... 강재씨... 강재씨... 짜이젠..... 안녕.....